지난 강의에서 놓은 n8n-MCP 다리는 '길'일 뿐입니다. 길이 있어도 목적지와 운전 방법을 모르면 소용없듯이, Claude Code에게도 '무엇을 만들지'와 '어떻게 잘 만들지'를 쥐여 줘야 합니다. 이 지식을 세 개의 층으로 쌓는 것이 이번 강의의 핵심입니다.
핵심 원칙 하나. 사람에게 일을 시킬 때 '알아서 잘해줘'라고 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듯, AI에게도 의도를 문서로 또렷하게 남겨야 합니다. 그 의도 문서가 바로 SOP이고, 그것을 지휘하는 지침이 CLAUDE.md입니다.
역할 분담: 감독 · 대본 · 기술 매뉴얼 · 손발
지식 3층과 각자의 역할
- CLAUDE.md (감독) — 항상 켜짐 "SOP를 그대로 따르고, MCP+스킬을 써라" (@SOP.md 참조)
- SOP.md (대본) — 항상 켜짐 이 자동화가 '무엇을' 하는지 (업무 로직) → 실행 위임
- n8n 스킬 (기술 매뉴얼) '어떻게' 잘 짓나 — 필요할 때만 펼침
- n8n-MCP (손발) 실제 인스턴스에 씀 — 호출 시 작동
CLAUDE.md는 감독, SOP는 대본, 스킬은 촬영 기술 매뉴얼, MCP는 실제로 카메라를 드는 손발입니다. 층마다 역할이 다릅니다.
| 층 | 역할 | 로딩 방식 | 비유 |
|---|---|---|---|
| CLAUDE.md | 전체 지휘 지침 | 매 세션 항상 로드 | 촬영 감독 |
| SOP.md | 이 자동화의 업무 명세 | CLAUDE.md가 참조 | 대본 |
| n8n 스킬 | 잘 짓는 노드 패턴·표현식 | 필요할 때만 펼침(on-demand) | 기술 매뉴얼 |
| n8n-MCP | 인스턴스에 실제로 쓰기 | 도구 호출 시 작동 | 손발(스태프) |
SOP.md = 사람이 읽는 업무 매뉴얼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표준 운영 절차)는 개발 문서가 아니라 '업무 설명서'입니다. 신입 직원에게 이 자동화가 하는 일을 순서대로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다음 요소를 빠짐없이 담습니다.
- 트리거: 무엇이 이 워크플로우를 시작시키는가(폼 제출, 스케줄 등).
- 처리 로직: 들어온 데이터로 무슨 작업을 하는가(기록, 분류, 요약 등).
- 분기: 어떤 조건에서 길이 갈라지는가(간단 vs 복잡 등).
- 로깅: 실행 결과를 어디에 남기는가.
- 에러 처리: 실패하면 어떻게 하는가(재시도 횟수, 사람 알림 등).
- 사용 서비스: 어떤 앱/모델을 쓰는가(구글 시트, Gmail, Gemini 등).
- 장점 1 — 의도가 또렷해진다: 애매한 말 대신 문서로 못 박으니 AI가 헤매지 않는다.
- 장점 2 — 템플릿으로 재사용된다: 비슷한 자동화는 SOP만 살짝 고쳐 다시 쓴다.
- 장점 3 — '문서 고치고 맞춰줘'가 가능: 나중에 SOP를 수정한 뒤, 워크플로우를 그 SOP에 맞춰 재정렬하라고 시킬 수 있다.
SOP.md 예시 — 고객 문의 자동 처리
# SOP: 고객 문의 자동 처리
## 목적
고객 문의를 접수해 분류하고, 간단한 건은 자동 회신,
복잡한 건은 담당자 검토를 거쳐 회신한다.
## 흐름
1. 트리거: 구글 폼이 제출되면 시작한다.
2. 기록: 구글 시트에 문의 원문을 새 행으로 저장한다.
3. 분류: Gemini가 카테고리(제품/배송/환불/기타)와
난이도(간단/사람필요)를 판정한다.
4. 분기:
- 간단 → Gemini가 답변 초안 작성 → Gmail로 자동 발송
- 사람필요 → Gemini 초안 작성 + Slack으로 담당자 알림(검토 후 발송)
5. 로깅: 처리 결과를 구글 시트에 기록한다.
## 규칙
- AI 노드는 실패 시 3회까지 자동 재시도한다.
- '사람필요' 건의 고객 발송 메일은 반드시 사람 승인을 거친다.
SOP 문장이 곧 노드가 된다
SOP를 잘 쓰면 문장 하나하나가 거의 노드 하나로 번역됩니다. 아래처럼 SOP의 각 줄이 어떤 노드로 바뀌는지 미리 그려 보면, 내가 무엇을 시키고 있는지 감이 잡힙니다.
SOP 문장 → n8n 노드 매핑
SOP 각 줄이 노드로 번역됨
- 폼 제출 시 시작 SOP 1 → Form Trigger
- 새 행 시트에 원문 저장 SOP 2 → Google Sheets
- 문의 내용 카테고리+난이도 판정 SOP 3 → AI Chat Model 🧠 Gemini
- 분류 결과 간단/사람필요 분기 SOP 4 → IF
- 완료 결과 기록 SOP 5 → Google Sheets
SOP를 구체적으로 쓸수록 노드 대응이 1:1로 맞아떨어집니다. 반대로 SOP가 두루뭉술하면 AI가 노드를 마음대로 지어내거나 빠뜨립니다.
Plan Mode로 SOP 생성하기
SOP를 처음부터 완벽히 손으로 쓰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Claude Code의 Plan Mode(계획 모드, shift+tab으로 진입)를 씁니다. Plan Mode에서는 에이전트가 바로 파일을 만들지 않고 '이렇게 쓰겠습니다'라는 계획을 먼저 보여 줍니다. 내가 읽고 고칠 것을 지시한 뒤, 만족스러우면 승인해서 실제 SOP.md를 생성하게 합니다.
Plan Mode로 SOP를 안전하게 뽑는 루프
- Plan Mode 진입 shift+tab
- 클로드가 SOP '초안 계획' 제시 파일을 바로 만들지 않고 계획부터 보여 줌
- 당신이 읽고 수정 요청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
- 승인 계획이 만족스러우면 확정
- SOP.md 파일 실제 생성 이후 모든 빌드의 '진실의 원천'
Plan Mode의 핵심은 '만들기 전에 합의'입니다. 문서가 종이 위에서 완성된 뒤에야 실제 파일과 워크플로우로 넘어가니 시행착오가 줄어듭니다.
Plan Mode에서 SOP를 뽑는 프롬프트
(shift+tab으로 Plan Mode 진입 후)
'고객 문의 자동 처리' 워크플로우의 SOP.md 초안을 만들어줘.
- 트리거 / 처리 / 분기 / 로깅 / 에러처리 / 사용 서비스 항목을 포함해줘.
- 개발 용어 말고, 비개발자가 읽는 업무 설명서 톤으로 써줘.
- 아직 파일은 만들지 말고, 계획으로 먼저 보여줘. 내가 검토하고 승인하면 그때 저장해줘.
CLAUDE.md가 SOP를 가리키게 하기
마지막으로 감독인 CLAUDE.md를 만듭니다(또는 기존 것에 덧붙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SOP.md처럼 SOP 파일을 명시적으로 참조하게 하고, 'MCP와 스킬을 써서, 노드 파라미터는 추측하지 말고 문서를 조회하라'고 규칙을 못 박는 것입니다.
CLAUDE.md — n8n 빌드 지침
# n8n 빌드 지침
- 모든 워크플로우는 @SOP.md 의 업무 로직을 그대로 따른다.
- 짓기 전에 n8n 스킬(노드 패턴·표현식)을 참고한다.
- 실제 생성/수정은 n8n-MCP 도구로 수행한다.
- 노드 파라미터를 추측하지 말고, 항상 노드 문서를 먼저 조회한다.
- 애매하면 만들기 전에 나에게 먼저 질문한다.
이렇게 하면 최종 빌드는 CLAUDE.md → SOP.md → 스킬 + MCP 순서로 읽히며 흐릅니다. 감독이 대본을 가리키고, 대본이 기술 매뉴얼과 손발을 부리는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컨텍스트 관리: /context 와 /clear
n8n을 지을 때는 노드 문서·스킬·MCP 응답이 대량으로 오가서 토큰(에이전트의 작업 기억 용량)을 빠르게 잡아먹습니다. 기억이 꽉 차면 앞부분을 잊거나 엉뚱해집니다. 그래서 두 명령을 습관화하세요.
/context 는 지금 문맥이 얼마나 찼는지 보여 주는 '연료 게이지'이고, /clear 는 대화를 깨끗이 비우는 '리셋'입니다. 새 작업으로 넘어갈 때 /clear로 비우면, 낡은 대화 찌꺼기 없이 CLAUDE.md와 SOP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다시 로드됩니다. 하나의 워크플로우 작업이 끝날 때마다 /clear 하는 리듬을 추천합니다.
이제 감독·대본·기술·손발이 모두 준비됐습니다. 다음 강의에서는 이 셋업으로 실제 '고객 문의 자동화'를 통째로 생성하고, 어긋난 부분을 스크린샷으로 고쳐 나가는 실전에 들어갑니다.